바라나시 도착 첫날,
여기 저기 다니다가 가트가 보고 싶어
일행들은 시장을 가고 혼자 가트도 둘러보고 이래저래 시간을 보냈다.
해가 지고 어두워져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웬 골목 골목이 그리도 복잡한지 이리 가도 저리 가도 숙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자꾸 뺑뺑 돌기만 하고...
골목에 앉아 있는 사람들,
웃으며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뭔가를 팔려는 사람들과 나는 아무것도 살것이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이를 우째..ㅎㅎ
두어번 골목을 뺑뺑 도는 동안 같은 사람들과 몇번을 마주쳤는데
그중 한사람의 눈빛이 달라 보였다.
내 말을 기다리는 듯한 눈빛.
한번 더 돌아나오다가 다시 그를 봤는데(사실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듯 했다)
그가 먼저 다가서서 물어본다.
"도움이 필요하오? 말해보시오.도와 주겠소"
그동안 인도에 와서 쉽게 다가서서 호의를 표하는 사람들은
내게 뭔가를 가져가려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는 달라 보였다.
"혹시 이런 이름의 숙소를 아시오?"
"오,마이 빼미리,마이 빼미리~따라 오시오"
자기 가족이 하는 곳이라며 안내해 주겠단다.
일단 다른 방법이 없어서 뒤를 따라간다.ㅎㅎ
바로 골목을 한두번 돌아 들어가자 숙소가 보였다.
이런.. 바로 옆에 두고...^^;
마침 흰 수염의 숙소 주인장이 나와 있었고 자연스레 인사를 한다.
나는 고마워서 그에게 어떤 식으로 사례를 해야할지 솔직히 물어보았다.
"No,no.. no problem~"
여기서 무척이나 많이 들었던 그 말을 하면서 웃으며 악수만 건네고는
이내 돌아서 가버린다.
숙소 주인은 그가 자기 사촌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정말 그의 말대로 빼미리 였더란 말이지..
한국에 와서 류시화(님)의 인도 여행기 책을 몇권을 보았다.
그렇게 많이 인도를 다닌 사람도 바라나시에서 길을 잃었다는데
내가 길 잃은게 대수랴...ㅋㅋ
그보다...
복잡한 골목서 몇번을 뺑뺑 돌며 그렇지 않은척 인사를 하고 해도
내 눈에는 '나는 지금 헤매고 있답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었고
그 사람은 그걸 읽었었나 보다.
나 역시 그들의 눈빛과 반응만 봐도 친하고 싶어 하는건지 물건을 팔려는 건지
알수 있었으니까.
어쨌든,
쉽게 할수 없는 경험과 배움이 있었던 그날 저녁이었다.
내 마음을 들켜버렸던 기억.
2008+07 varanasi, India